854일차 - 따라오는 차량

아침부터 환한 햇볕이 비췄다. 정말 오랜만에 하루 종일 맑은 날씨였다. 어제도 얘기했지만 무르만스크를 떠나서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들을 보고 있다. 키큰 나무들 대신 아주 작은 나무들, 또는 이끼류 식물들이 나타났다.
고도는 전과 동일한 걸 보면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추운 날씨 탓인 것 같다. 오늘도 한 손에 플라스틱 통을 들고 이끼 바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오늘은 군부대들이 많이 보인다. 군 가족을 위한 아파트와 상점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마을들.

고요한 호수 옆에 탱크와 전차포대가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봤는데 뭔가 이질적이었다. 사진을 찍으려다 소심한 마음에 그만뒀다.

도로 양쪽에 군부대들이 늘어서 있는 곳을 지나 간 후 부터, 차량 한대가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거의 4~5시간 가량을 속도를 줄이면서 말이다. 내가 버스정류장에서 쉬면 멈추고. 다시 출발하면 다시 따라오고.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어쩌겠나.
그냥 모르는 척 달렸다. 국경까지 마지막 상점이 있는 미을에서 장을 보기 위해 메인 도로에서 벗어나 마을로 들어섰다. 미행하던 차량도 따라 들어왔는데, 내가 차량으로 다가가자 그도 차량에서 나왔다.

그는 뱃지 같은 걸 보여줬는데 아마도 경찰인 듯 했다. 여권을 보여주니, 그가 휴대폰 번역기를 이용해서 물었다.

“어디로 가나?”
“노르웨이 시르케네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나?”
“내일 아침에 국경을 넘을 것이다. 오늘은 러시아에서 잘 거다.”
“어디서 잘 것인가?”
“(구글맵을 보여주며)여기서.”

그리고는 나는 장을 보러 마트에 들어갔다. 나오니 그가 다가왔다.

'기다리고 있었군.'

내가 보여준 도로 E105 에서는 잘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니켈로 가는 지방도로에서는 캠핑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길로 가면 국경까지 멀리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이렇게 된 마당에. 그의 말대로 니켈로 가기로 했다. 그는 밤새 자기가 에스코트를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급구 만류하면서 괜찮다고 했다. 그는 마음이 안 놓였는지. E105 도로와 니켈로 가는 도로의 분기점에서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내가 니켈로 가는 도로에 접어들자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다1).
내일 국경까지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니켈을 지나 여권이 필요하다는 표지판에서 멈춰 옆길로빠져 텐트를 쳤다. 국경까지는 35킬로미터. 생각해보면 엊그제 검문소 경비원이 나보고 니켈로 가야한다는 말은 없었다. 자전거로는 통행이 안된다고 했는데 과연 내일 어떻게 될지.

PS. 달리면서 특별한 퍼밋이 없으면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판을 많이 봤다.

PS2.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여러명 봤는데, 하나같이 여행자로 보이지는 않았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75.629 km
누적 거리 : 29125.508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1)
내가 보기엔 그랬다
  • journey/russia/2017_2/day32.txt
  • Last modified: 4 days ago
  • (external 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