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3일차 - 자전거로는 못가는 길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어서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나중에 짐을 챙길때 보니 산의 버섯을 채취하는 사람들이었다. 달리면서 보게되는, 길가에 세워진 차량 대부분은 버섯이나 베리를 채취하러온 사람들의 것이다. 오늘만도 굉장히 많이 봤다.
10시 반경에 출발. 아주 이따금 햇빛이 비치는 대체적으로 구름낀 날씨.
오늘 봤던 풍경들은 지금껏 러사아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고도는 200 미터지만 마치 4000미터 이상의 중앙아시아에서 봤던 모습이다. 오후 2시 경. 대략 50여 킬로미터 정도 달렸을까. 검문소가 나타났다. 차량마다 탑승객들의 여권을 검사하는 듯 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근데 여기 너무 먼 것 아닌가. 국경까지는 100 킬로미터도 넘게 남았는데'
검문소에 도착해서 경비병에게 여권을 건냈다. 그는 노르웨이로 갈 건지를 물었다.
“다1)”
그는 여권을 들고 사무실로 사라졌다.
'어떻게 될까. 여기서 안된다고 하면. 무르만스크로 돌아가야하는데'
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그가 돌아와 여권을 건네며 말했다. 당연히 러시아어라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는 그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지도의 어느 한 곳을 보여줬다. 그때까지만해도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그의 얘기는 그가 보여준 그곳부터 시르케네스까지는 차로 가야한다는 얘기였다. 아쉽게도 그가 보여준 지점이 맵스미나 구글지도에서는 표시되지 않았다. 내 생각에 대략 국경 가까이에 가서 인 듯 싶었다.
반대편에서 오는 여러명의 오토바이 여행자들로 보아, 자전거의 경우만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 같다2).
일단 내가 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었다.
이틀만에 본 까페에서 물을 샀다. 오후 들어 비가 내리다말다를 반복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무려 10 킬로미터를 더 달린 60 여 킬로미터. 평소 같으면 나무 뒤에 텐트를 치면 되었는데, 산에 큰 나무들이 없다. 텐트 칠 곳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PS. 월요일에 국경을 넘는 걸로 했다. 은행도 그렇고. 휴일에는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PS2. 국경 근처까지는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것 같다. 그 이후는 차량을 이용해야 겠지만.
PS3. 가만히 서 있으면 손이 시렵다. 입김이 보이고. 바야흐로 겨울이 왔다.
PS4. 상트 이후, 무르만스크로 가는 루트에서 도로 옆에 묘지나, 전쟁 관련한 기념 조형물을 종종 보게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1941 와 1945 가 적혀있다.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기간이다. 구글링에 따르면, 1941년 독일과 핀란드 연합군은 소련이 서방(영국,미국)으로부터 보급을 받는 무르만스크 항구를 점령하기 위해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험준한 지형과 악천후, 혹한과 늪지대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다.
무르만스크는 전쟁내내 소련의 유일한 부동항으로 남았고, 서방의 군수물자가 이 항구를 통해 소련으로 들어옴으로서 전쟁지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도 몇 안되는 부동항으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63.839 km
누적 거리 : 29049.879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