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일차 - 모스크바 관광 III
모스크바 관광 3일차.
일정이 빠듯하다.
- Lenin's Mausoleum 방문
- The Pushkin State Museum of Fine Arts 방문
- 발레 <돈키호테> (볼쇼이 극장)
1. Lenin's Mausoleum
지금의 러시아 사회주의체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레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Mausoleum 은 하루에 3시간(오전 10시~ 13시) 밖에 개방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화/수/목/토요일만 운영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못보면 할 수 없지' 라는 느긋한 마음으로 오전 11시 경에 붉은 광장에 도착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안봐도 이것이 레닌 묘 입장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도 그렇게 그 줄에 섰다. 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레닌에 대해 구글링을 했다. 여느나라 정치 지도자가 그렇듯 그 역시 탄압과 망명을 반복하면서 쉽지않은 인생을 살았다. 1920년대 그가 죽자, 시신을 방부처리해서 100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존하고 있다. 문을 닫는 시간까지 30분을 남겨두고, 소지품 검사대 바로 앞까지 왔다. '다행히 볼 수 있겠구나'
가방을 열고 안에 있는 소지품을 꺼내 경비원이 확인 한 후 입장이 허용되었다. 뭔가 대단한 걸 상상했다. 2시간 반을 기다렸다면, 최소한 이정도는 되겠지.
레닌 묘에 들어가자 곳곳에 경비원이 서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차가웠다. '딴짓을 하지 말라는 건가'
어두운 조명 한 가운데, 유리관이 있고,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마치 잠을 자고 있는 듯한 모습. 당시 기술로서는 대단한 것이었겠지만, 지금 기술로보면, 과연 레닌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렇게 2분만에 관람 종료. 약간 허무하기도 하고.
2. The Pushkin State Museum of Fine Arts
모스크바에서 처음 가는 박물관. 지금까지 가봤던 박물관들과 조금 다르다. 티켓을 사고 바로 전시실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방이나 옷을 맞긴다. 사진 촬영이 안되는 줄 알았는데,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찍어도 된단다. 카메라와 티켓, 박물관 지도와 설명이 담긴 브로셔만 들고 전시회장으로 입장했다. 명소답게 단체관광객들과 일반 관광객들로 붐볐다.
'어디서부터 봐야하지? 일단 숫자 순서대로 보자'
브로셔에 적힌 1번 hall 로 이동. 총 32번 hall 까지 있다. hall 의 구성은 연대기 순이다. 1번에는 고대 이집트 유적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원전 20세기 이상의 것들인데, 지금봐도 상당한 퀄리티의 유물들이다.
'진짜 이집트 유물이 맞는건가?'
2번은 고대 중동지역의 유물이 있었다. 이집트와 비교했을 때,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비잔틴 문화의 영향을 받은 그림들은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세밀하고도 정밀했다. 사실상 지금껏 서양 미술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층에는 회화 작품이, 2층에는 조각 작품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다. 이 중에는 나같은 문외한도 이름만 알고 있는 램프란트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들이 있었다. 브로셔에는 각 hall 마다 대표적인 작품들을 실어 놓았다. 나중에는 각 hall 마다에서 그 작품들을 찾고 보는 재미도 생겼다. 처음에는 왜 작품이 실렸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hall 을 지날수록, 약간의 보는 눈이랄까. 몇 hall 마다 의자가 있어 짬짬히 쉴 수 있었다. 정오가 되기 전에 박물관에 들어가서 발레가 시작하는 시간인 오후 7시, 늦어도 오후 6시에는 나와야 했다. 거의 6시간을 박물관에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박물관에 나오기전에 볼쇼이 복장1)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미리 준비해간 긴 바지와 팔토시, 그리고 양말을 신었다. 볼쇼이에 어울리는 정장이 있으면 좋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 중에서 가장 그래도 덜 튀는 조합을 맞춘 것이다. 볼쇼이 극장 홈페이지에 따르면 반바지 말고는 특별히 제한 사항은 없는 듯 했다. 키에프에서도 별 일 없었으니.
3. 발레 <돈키호테> (볼쇼이 극장)
다행히 볼쇼이 극장은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멀리서 봐도 딱 알것 같은 멋들어진 건물이다. 매표소에서 메일로 받은 e-ticket 을 휴대폰 화면으로 보여주니, 가장 오른쪽에 있는 입구로 가라고 손짓했다. 키에프 때와 마찬가지로, 굳이 미리 프린트할 필요는 없었다. 일러준대로 입구에 가니, e-ticket 에 포함된 bar code 를 스캔해서 찍고는 표를 프린트해줬다.
오케이.
내 자리는 발코니 4. 엘레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가란다. 내리자마자 옷과 가방을 맡기는 곳이 나타났다. 150루블을 주고 망원경도 빌렸다. 자리를 찾기 위해, 프로그램을 파시는 할머니에게 티켓을 보여드리며, 위치를 물었다. 신기하게도 그 할머니는 영어를 전혀 하지 않으셨음에도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할머니는
“띠리리리링, (손가락으로 오른쪽 입구를 가리키며)”
'띠리리리링 종이 울리면, 오른쪽 입구로 들어가면 돼' 로 들렸다.
키에프에서 한번 경험을 했던 터라, 어느 정도 이곳 공연 문화가 낯설지 않았다. 물론 시설은 볼쇼이가 더 좋지만. 얼마뒤 종이 울리고, 공연장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안에 있는 검표 원에게 티켓을 보여주니, 자리를 알려주었다. 생각보다는 자리가 괜찮았다. 물론, 가격에 비하면 말이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 오케스트라가 연주 연습을 하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다.
'말로만 듣던 볼쇼이 발레, 과연 어떨까?'
공연이 본격 시작되기전까지 발레 돈키호테의 줄거리를 구글링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난생처음 두번째로 보는 발레 공연.
아무래도 키에프에서 봤던 것과 비교할 수 밖에는 없었다.
키에프와 비교해서 좀 더 힘있고, 작품의 연출력이 더 좋다고 할까. 배우들의 연기력도.
도중에 장애물을 통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여 주인공이 가녀린 스텝으로 묘기에 가까운 실력이었다. 암튼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볼거리가 풍부했다. 빌렸던 망원경도 제값을 했다. 없었다면, 주인공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살피지 못했을 거다.
또한 무대 스케일도 더 컸다. 공연 도중, 돈키호테가 당나귀와 말을 타고 나오기도 했다.
즐거웠던 3막의 공연이 끝나고, 5번이 넘는 커튼콜이 이어졌다. 발레 공연도 보다보니,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왜 미쳐 몰랐을까.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티켓 값어치(3000루블)는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이럴려고 그동안 야근하면서 돈 번 것 아닌가?'
오후 9시가 넘어 공연은 끝났다. 생각해보니, 아침 이후로 낮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배고픔을 느끼다못해 더이상 배고프지 않았다. 숙소에 돌아와 커피와 빵, 버터로 간단한 늦은 점심 겸 저녁겸 야식을 먹었다.

























<막과 막 사이의 쉬는시간에 커피, 음료와 술을 파는 파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