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8일차 - 모스크바 관광 I

아침을 먹으면서 창밖을 보니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린다.

“어쩔 수 없지. 오늘도 숙소에 있을 수는 없으니”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밖에 다니기에도 번거롭지만, 쨍한1) 사진을 얻기 어렵다. 어제 짠 여행 계획에 따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하철 투어를 하기로 했다.
론리에 소개된 지하철 투어에는 총 10개의 지하철 역 각각의 특징이 설명되어 있다. 론리플래닛의 좋은 점이라면 바로 이것이라 하겠다.

외국인에게 지하철만큼 이동하기 편한 교통수단도 없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꽤 잘 되어있고, 호선도 많다. 거리에 상관없이 한번 탈 때 55루블이다. 키예프에 비하면 무척이나 비싸게 느껴진다.

1회는 55루블, 2회는 110루블, 하지만, 횟수가 늘어날 수록 충전금액이 높아질 수록 가격이 할인된다. 20번을 탈수 있는 승차권을 720 루블에 구입했다. 승차권은 코딩된 종이 카드로 된 형태인데, 개찰구에서 찍으면 문이 열리면서 남은 횟수를 알려준다. 나올 때는 별도로 카드를 찍을 필요없이 그냥 나오면 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 플랫폼에 내려오니, 안테나가 0, 통화 금지 상태가 된다. 당연히 모바일 데이터도 안되고,

“이거 뭐야 메가폰, 지하철에서도 안되다니.”

혹시, wifi 를 켜보니 open 된 ssid 가 보인다. 연결해보니, 로그인이 필요하다는 메세지가 뜬다.

“그러면 그렇지…”

자동으로 연결되는 웹 페이지에서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인증이 완료되어야만 인터넷 사용이 가능했다. youtube 동영상을 볼 정도로 속도가 괜찮았지만, 달리는 지하철 역마다 천차만별이었다. 3g 데이터 또한 그랬다.

지하철 투어의 시작점인 Komsomolskaya 역에 도착. 일요일 오후라 사람들이 많을 걸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한산했다. 엊그제 금요일 처음 지하철을 탔을 때 보다도.
론리에 나온 설명을 보며 지하철 역을 천천히 둘러봤다. 처음 탔을 때는 경황이 없어서 보지 못했는데, 전창에 마다 모자이크 기법(이미 키에프에서 봤던)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전등들.
지하철 역이 만들어진 날짜가 적힌 현판이 벽에 붙어 있었는데, 1935년 이었다. 80년이 넘었다니.

이후 Prospekt Mira - Novoslobodskaya - Belorusskaya - Mayakovskaya - Teatralnaya - Ploshchad Revolyutsii - Arbatskaya - Kievskaya - Park Pobedy 역으로 이동하며 그려진 조각과 그림들을 구경했다.

흥미로운 점은 가봤던 지하철 역마다 같은 곳이 하나도 없었다. 각기 다른 조명, 그림, 구조. 그리고 역마다 나름의 테마가 있었다.

  • 세계 2차대전에서의 모습을 모자이크 기법으로 천장에 그린 곳
  • 지금은 독립한 예전의 소비에트 연방국가 사람들의 복장을 한 사람들을 조각한 곳
  • 볼세비키 혁명 당시의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각한 곳 : Ploshchad Revolyutsii 역이었는데, 론리에도 나와 있지만, 조각상 중 군사분계선를 지키는 군인의 개의 코를 손으로 문지르면 시험에서 행운이 얻는단다. 그래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마다 개의 코를 손으로 문지르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너무 많이 만져서 그런지 코 부분만 반짝반짝 광이 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간 Park Pobedy 역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역이고,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와 모스크바 지하철 역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단다. 다른 역들에 비해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디자인 적인 요소들에서 특히.

우리나라로 치면 용산 전쟁기념관 같은 곳.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했던 러시아인들에게는 전쟁을 기억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장소다. 영어로는 victory park 란다. 공원이지만 꽤 넓은 규모에 박물관, 기념탑, 교회, 분수, 조각상등이 있다.
멀리서도 보이는 Poklonnaya Hill. 날씨가 좋지 않아 제대로 찍을 수는 없었지만.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기념탑에는 말을 탄 사람이 용을 창으로 동강내는 장면이 있다. 왜 하필 용이었을까.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장면인듯.

Triumphal Arch 를 보고 있는데, 구름 사이로 햇빛이 잠깐 모습을 들러냈다.
공원을 돌아보고 나니, 오후 3시 반.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이른 시간.
벤치에 앉아, 가볼 만한 곳을 검색했다.

모스크바의 가장 핫하다는 곳. 아르바트 거리. 날씨 때문인지 한산했다. 길 양쪽으로 식당과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그 길 가운데는 나무(?)와 벤치가 있었다. 나무에 벗꽃이 피어 있어서 신기해서 사진을 몇장 찍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조화였다.

이따금 거리 공연을 하는 예술가들이 보였고, 한 켠에서는 거리의 화가들이 손님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Smolenskaya 역에서 나와 Arbatskaya 역까지 arbat 거리를 걷는 동안 특별한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이따금 서양 고택들이 보이긴 했지만.

Lenin-Bibliothek 역에서 내려 알렉산드롭스키 정원으로 향했다. 특히 이곳의 무명용사의 무덤(Tomb of the Unknown Soldier)에서는 가운데 불꽃이 타고 있고, 양 쪽에 경비병이 마치 마네킹처럼 서 있었다.
이후 모스크바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역시 명소답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곳곳에 경찰차와 무장한 경찰이 보였다. 이따금 신분증을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여권을 가지고 나왔다.
가까워 올수록 셔터를 계속해서 누르게 만드는 멋진 건물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대표적인 건물, 성 바실리 성당. 색색깔의 너무 화려한 색으로 마치 동화속에 나올만한 성 같은 느낌이다.
돌아 나오는 길에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이라는 굼 백화점에 들렀다. 건물의 겉모습은 고풍스러웠지만 내부에 들어가니 정말 특이했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햇볕이 그대로 비춰졌고, 백화점 내부에 꽃과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고급 유명 브랜드 상점들이 입점해 있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기다리는 상점은 다름 아닌 80 루블짜리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관광코스였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돌아왔다. 지하철 투어도 괜찮았고, 백화점도 그렇고. 가성비 최고 였다.

PS. 숙소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러시아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모기에 워낙에 당한 터라, 뿌리는 모기약을 찾고 있다. 꽤 규모있는 대형 마트임에도 모기 살충제만 없다. 바퀴벌레 살충제는 있는데, 이곳 사람들 모기에는 시달려보지 않은 걸까. 하다못해 모기향도 보지 못했다. 무슨 이유일까?

PS2.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월요일에 쉰다. 그래서 월요일에 운영하는 곳을 위주로 내일의 관광 루트를 짰다.

<고층건물들이 많다>

<지하철 요금표>





<무려 1935년에 만들어졌다>
































































1)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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