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8일차 - 영화세트장 같았던 국경마을
밤새 모기에 시달렸다. 키예프에 있을 때만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요새들어 모기가 부쩍 많아진 느낌이다.
숙소를 출발하기전, 주인아주머니에게 국경까지 가는 도중에 상점이 있는 마을이 있는지 물었다.
'Bachivs'k' 에 상점이 있다고 했다. 그곳에 가서 마지막 남은 잔돈으로 물을 사려고 한다.
키예프 이후로 거의 평지에 가까운 평탄한 길이 이어졌다면, 오늘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었다.
국경을 불과 5 km 정도 남겨두고 마지막 마을인 Bachivs'k 에 들어갔다. 지도앱 상에서 상점은 볼 수 없었지만, 가보니 아주머니 말대로 마을 중심에 상점이 있었다.
상점 문이 잠겨있어, 운영을 안하나 했는데, 잠시후 화장실을 다녀오신 주인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물 2병을 사고 돈을 내려는데, 아주머니가 큰 주판을 가지고 계산을 하셨다. 문득 루마니아와 몰도바의 시골마을에서 종이에 써서 직접 계산하시던 상점주인 할머니들이 떠올랐다.
상점을 나와서 또다른 흥미로운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 소 대신 말 뒤에 밭을 갈 수 있는 쟁기를 달아서 일을 시키는 모습
- 말 뒤에 달구지를 달아서 사람이 타고 이동하는 모습
이 그랬다.
옛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세트장인 줄 착각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구나'
점심을 먹고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사무소에 도착해서 직원에게 여권을 건넸다.
“어디에서 온 거죠?”
“키예프요”
“키예프 전에는?”
“몰도바”
“몰도바 전에는?”
“루마니아”
“루마니아 전에는?”
“불가리아”
지난 2년간의 여정을 다 얘기해야 하는가 싶었지만, 고맙게도(?) 직원은 더 이상 묻지않았다.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옆의 직원과 얘기를 하다가,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상관에게 물어보는게 아니었을까.
한 시간 같은 몇 분이 흐르고, '쾅' 하고 도장이 찍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후 별도의 짐검사는 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경사무소로 향했다. 트럭과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예상 외로 두 국가 사이에 교류가 많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다.
입구에 다다르니, 경비원이 종이를 한 장 주면서 적으라고 했다. 입국신고서였는데, 다 적고나니 기다리라고 했다. 대략 한시간 가량을 기다려 건물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국경은 차량 이용자와 도보 이용자를 나눠서 입국심사를 했다(우크라이나 국경에서도 그랬다). 경비원의 지시에 따라 도보 이용자 쪽에 섰다.
차례가 되고, 여권을 건넸다. 참고로 우크라이나 쪽 국경 직원은 영어를 했지만, 이쪽 직원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어디로 갈건가요?'
“모스크바요”
대답을 들은 직원은 기다라는 말을 하고는 여권을 들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30 분 정도 지났을까. 돌아온 직원은 입국도장이 찍힌 여권을 돌려주었다. 이후 짐검사는 하지 않았다.
국경을 빠져나올 때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이 국경은 규모가 큰 곳이라 그런지 근처에 식당과 환전소, 기타 상점들이 있었다.
큰 마을인 Sevsk 로 향했다. 달리면서 보이는 풍경은 비슷해다. 다만 우크라이나 쪽에 비해 갓길이 좀 더 좁아졌고,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화장실이 양변기로 바뀌었다는 것이 다른점이라 하겠다.
Sevsk 까지는 35 km 정도. 오후 5시가 넘어 도착했다. 여기서해야할 일이 있다.
- 현금 인출
- 숙소
지도앱에 등록된 은행 2곳 중에 한 곳에 갔다. 한번에 인출가능한 금액(7500루블)에 맞춰서 ATM 인출을 시도했지만, Visa 와 Master 카드 둘다 실패했다. 또다른 곳에 가니, 은행이 아니고 돈을 보내거나 받을 수 있는 곳이어서 ATM 기기가 없었다.
난감했다. 처음에 갔던 곳으로 돌아가서 인출금액을 5000 루블로 낮춰서 시도하니 성공. 최대 5000 인가? 너무 적다.
숙소를 찾아나섰다. 정말 열악해보이는 숙소(공용화장실)가 1200 루블(약 22,000원). 여긴 아니다싶다.
상점에서 부식거리를 사서 다시 출발했다.
다리 밑에 텐트를 쳤는데, 모기가 너무 많았다. 내일 당장 모기약부터 사야겠다.
PS. 우크라이나에서는 작은 상점이라도 물건에 가격표를 붙여 놓는다. 말 한마디 못하는 나같은 외국인여행자로서는 아주 바람직하다.
PS2. 전체적으로 물가는 우크라이나보다 좀더 비싼 듯하다. 특히 과일이 그렇다.
PS3. 러시아 국경에 대한 구글맵 리뷰가 좋지 않아서 걱정을 했었는데, 문제없이 입국할 수 있었다. 유의할 것은 일주일에 한번 숙소를 이용함으로써 거주등록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PS4. 참고로 입국 시에 작성한 입국신고서는 잘 보관했다가 출국 시에 제출해야 한다.

<국경에 늘어선 차량행렬. 두나라 간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조금 놀랐다>
<양변기로 바뀐 버스정류장 옆 화장실>
<인출한도가 5000 루블이었던 은행>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93.904 km
누적 거리 : 26193.174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