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일차 - 블로러를 떠나며
떠나기전 마지막 자전거 점검을 했다. 패니어에 짐을 넣었다. 그리고 냉장고의 남은 재료들을 모조리 털어 마지막 감자 야채 볶음을 만들었다. 3일에 한번 꼴로 만들어 먹었음에도 맛있다니. 앞으로 한동안 먹지 못할 것이기에 아쉬운 감 마저 들었다.
시간마다 날씨 예보를 확인했다. 혹시나 바뀌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정확히 출발하는 내일 아침부터 비가 온단다. 앞으로 가야할 곳들의 예보를 보면 계속해서 비 예보다. 어쩜 이리도 정확한 타이밍인지.
저녁을 먹고. 동네 슈퍼 마켓에 갔다. 버터를 사기 위해서다. 앞으로 길 위에서 먹을 만한 것들을 떠올려 봤는데. 아무래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빵이 주식이 될 것이다. 독일이라면 크림치즈를 사겠지만. 과일이나 채소는 너무 저렴하지만. 가공식품은 오히려 독일이나 이탈리아 보다도 비싸다. 아쉬운 대로 버터를 샀다. 100 그램에 800 lek .
블로러를 떠나며. 그리고 올해 첫 라이딩을 시작하며
이탈리아를 떠나 블로러 행 배를 탔던 기억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기억된다. 벌써 70 여일이 지났다. 노르웨이와 독일에서의 우중라이딩을 하면서 이곳에 오면 정말 푹 쉬어야지 마음먹었다.
아쉬움없이 잘 쉬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휴식을 통해 깨달은 것들.
- 난 여행체질이라는 것. 3가지 요리로도 70 여일을 질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가성비 놓은 채소와 과일을 주로 먹었다. 한때 내가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이건 무슨 여행 슬럼프도 없으니.
- 여행 도중에 반드시 이런 기간을 가져야 갰다는 것. 계획대로라면 올 연말 쯤에 이런 기회가 있을 듯 싶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이곳 역시 나의 예상 루트에는 없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저렴한 물가. 물론 비수기라는 점이 크긴 했지만. 겨울 철임에도 영하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고. 앞에는 푸른 지중해에 인접해있고. 뒤로는 산이 있는. 그렇다고 복잡한 대도시도 아니고. 적당히 조용하고.
PS. 여름이 더워서 일까. 지난 번에 지냈던 집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바닥에 타일을 깔았는데, 겨울철에는 두꺼운 양말을 신어도 발이 시려울 정도다. 숙소 이불장에 있는 걸 다 덮고 자도 항상 추위를 느꼈다. 영하의 날씨도 아닌 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보고 싶다.
내일부터 라이딩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처음 하는 것처럼 설렌다. 계획대로라면 4~5개월 가량 여행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무시히 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