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1일차 - 장기체류 시작
문이 열린 틈사이로 부는 찬 바닷바람에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아침 6시. 밖으로 해안선이 보이고 멀리 건물 불빛들이 빛났다.
예정대로 오전 7시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끌고 배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입국 검문소.
혹시나 짐검사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여권 심사만 하고는 도장을 받았다.
빠져나오자마자 이어진 블로러(Vlora) 시내. 평일 이른 아침시간이라 거리가 한산했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태.
가장 먼저 환전을 해야 했다. 시내를 한바퀴 돌면서 문을 연 환전소가 있는지 찾아봤다. 몇 군데 들어가 환율을 보니 1유로에 133 lek. 모두 동일했다.
그중 한 군데에서 환전을 하니, 주인이 묻는다.
'키타이1)?'
오랜만에 듣는 러시아어다. 이곳 역시 러시아 영향권인가?
미리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시내에서 2km 정도 떨어진 산기슭에 있는 건물. 집주인과 주고 받은 메일에 적힌 주소를 보며 집을 찾았다. 산 중턱에 홀로 높이 솟은 4층짜리 건물의 가장 꼭대기 층이 내가 한달 간 머물게 될 곳이다. 뒷편의 산 말고는 걸리는 것이 없어 멀리 해변의 푸른 바다가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
체크인을 하고, 장을 보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미리 구글맵으로 대형 슈퍼마켓 몇 곳을 찾아놨었는데, 막상 가보니, 대형은 아니고, 약간 큰 정도.
가장 먼저 식료품 가격을 확인해봤다.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다. 우유가 1000원이 넘었고, 치즈나 크림치즈 역시 이탈리아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쌌다. 고기도 그렇고.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점도 한 몫했다.
로마에서 자주 이용했던 Conad2) 도 있었다. 로컬 슈퍼마켓인 big market 보다 이탈리아 산 제품들이 더 많았다. 재래시장도 볼 수 있었는데, 시내의 한 골목을 따라 쭉 들어선 상인들. 대부분 슈퍼마켓에서는 팔지않은 채소와 과일들을 팔고 있었다. 주식인 감자와 양파는 각각 1kg 에 50lek 과 60lek.
사과는 60~70 lek, 토마토는 40~50 lek. 채소와 과일 값이 저렴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앞으로 채소와 과일만 먹고 살아야 하나.
대도시에만 있다가와서 그런걸까. 알바니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크다는 블로러를 돌아보고나서 이 곳이 얼마나 작은 곳인지를 깨달았다.
PS. 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식수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물을 길어가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휴대폰으로 먹어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이곳에는 수도 시설이 완벽하지 않은건가?




















[거리 정보]
달린 거리 : 7.2 km
누적 거리 : 32719.088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